
제이앤엠뉴스 |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다섯 번째 정규 앨범 ‘그렇게 나쁘진 않을걸’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다시 한번 펼쳐냈다.
‘그렇게 나쁘진 않을걸’은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끝내 버티고 나아가려는 마음을 담은 앨범이다. 안예은은 이번 앨범을 통해 인생이 이를 악물어야 하는 날들의 연속일지라도, 그 모든 시간이 반드시 지독하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앨범은 안예은이 스스로 “발매되어 있는 앨범 중 가장 역동적이고 시끄러운 앨범”이라고 표현한 작품이다. 록, 사극풍 발라드, 재즈, 실험적인 사운드, 불안과 체념을 담은 미니멀한 편곡까지 다양한 결을 오가며 한층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타이틀곡 ‘DENY’는 들리고 보이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렬한 기타 리프와 장르를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사운드는 안예은 특유의 서사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한글 제목을 선호해온 그가 이번 곡에 영어 제목을 택한 점 역시 곡이 가진 복합적인 정서를 상징한다.
앨범의 첫 트랙 ‘들숨’은 세상에 처음 태어나 쉬는 숨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현실을 지옥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뛰어보자는 마음이 담긴 곡으로, 강렬하고 시끄러운 록 사운드가 앨범의 문을 힘 있게 연다.
‘클리셰’는 뻔한 이야기 안에서도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서사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곡이다. 악당의 아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은 안예은 특유의 극적 상상력을 잘 보여준다.
‘Lily of the Valley’는 은방울꽃의 꽃말인 ‘틀림없이 행복해진다’와 맹독을 가진 꽃이라는 이중성을 결합한 곡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이 결코 단순하거나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독특한 사운드로 풀어냈다.
앨범 중반부의 ‘무언(無言)’과 ‘낙망(落望)’은 안예은이 오랜만에 자신의 앨범 안에 담아낸 사극풍 발라드다. 이미 떠난 이를 알고도 외면하는 체념, 그리고 그 체념 뒤에 찾아오는 분노를 섬세하게 연결하며 한 편의 서사처럼 감정을 확장한다.
‘가시꽂이’는 불안과 우울의 심연을 그대로 끌어올린 곡이다. 기타의 불협화음과 불안정한 보컬은 감정을 꾸미지 않고 직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며, 안예은의 음악이 단순한 장르적 개성을 넘어 삶의 감정 기록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잔도공’은 절벽에 길을 내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통해 다시 한 번 살아보자는 다짐을 담아낸다. 전 트랙의 어두운 정서와 대비되는 신나는 리듬은 앨범 전체가 단순한 절망이 아니라 버티고 걸어가는 이야기임을 드러낸다.
‘나이’는 서른 중반이라는 애매한 시기를 살아가는 감정을 재즈적 색채로 풀어낸 곡이다. 완전히 어리지도, 완전히 늙지도 않은 나이의 감각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동시대 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전한다.
이번 앨범에는 신곡 9곡 외에도 8개의 재발매 곡이 함께 수록됐다. ‘눈 먼 물고기’, ‘출항’, ‘Proust’, ‘열 달 아흐레’, ‘윤무’, ‘교복에서 부케까지’, ‘문어의 꿈’, ‘노승과 잔나비’ 등은 기존에 사랑받았거나 아쉬움이 남았던 곡들을 다시 손질해 새로운 형태로 들려준다.
특히 ‘문어의 꿈’은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을 어린이 친구들의 목소리와 함께 새롭게 구성해 따뜻한 생명력을 더했다. ‘교복에서 부케까지’ 역시 시간이 흐른 뒤의 감정을 다시 담아내며 한 곡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안예은의 음악은 늘 쉽게 분류되지 않았다. 전통적 색채와 현대적인 감각, 동화적 상상력과 삶의 어두운 감정, 유머와 비극이 한 곡 안에서 공존한다. 이번 앨범 역시 그 복잡한 세계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더 크게 펼쳐 보인다.
‘그렇게 나쁘진 않을걸’은 괜찮다는 가벼운 위로가 아니다. 삶이 힘들고, 때로는 버티는 것조차 어렵지만 그래도 한 걸음 더 가보자는 권유에 가깝다.
비극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다시 움직일 이유를 찾는 앨범.
안예은은 이번 정규 5집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한다. 지금 생각하는 무언가가, 어쩌면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