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하지만 사람을 이용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우리는 흔히 가스라이팅을 "심한 말"이나 "폭언"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심리학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복합적인 관계의 구조를 말한다. 상대가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도록 만들고, 관계를 끊기 어렵게 만들며, 결국 자신만 의지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관계가 처음부터 폭력적으로 시작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친절과 관심, 배려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널 이해 못 해." "나만 네 편이야."
이런 말들은 상황에 따라 진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며 상대를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게 만들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까지 잃게 만든다면 건강한 조언이 아니라 통제의 시작일 수 있다.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다정하지만, 목적이 끝나면 갑자기 거리를 둔다. 자신의 실수는 합리화하면서 타인의 실수는 크게 부각한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나누기보다 상대에게 돌리고, 관계가 틀어지면 자신을 돌아보기보다 새로운 희생양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자주 나타나는 것이 '악의적 고립'이다.
직접 "저 사람을 만나지 마"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주변 사람을 은근히 험담하거나, 신뢰를 흔드는 말을 반복하고, 상대가 다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점차 고립된다. 결국 남는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불안감이다.
더 위험한 것은 메타인지가 부족한 사람이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처를 주고도 "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하고, 이용하고도 "도와준 것뿐"이라고 믿는다.
물론 모든 갈등이 악의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오해도 생길 수 있다. 중요한 차이는 실수를 인정하고 관계를 회복하려는 태도가 있는가에 있다.
건강한 사람은 사과할 줄 알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다.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관계에서는 언제나 상대만 문제가 된다. 시간이 지나도 이야기의 주인공은 늘 자신이고, 잘못은 늘 타인의 몫이다.
인간관계는 신뢰 위에서 만들어지지만, 신뢰는 말보다 행동에서 확인된다. 진심은 시간이 지나도 일관성을 유지하지만, 계산은 상황이 바뀌는 순간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을 보는 가장 좋은 기준은 화려한 말솜씨도, 순간의 친절도 아니다. 힘의 균형이 바뀌었을 때도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지, 그리고 상대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누군가를 쉽게 이용하는 사람보다 더 위험한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건강한 인간관계의 시작은 상대를 바꾸려는 데 있지 않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관계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용기를 갖는 데서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글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사회가 건강해지고, 안전해지길 바라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