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매일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일이 되고 나니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순간도 많더라고요.”
프리랜서 창작자로 활동 중인 세힘씨는 자신의 일을 여전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세힘씨는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고 있다. 회사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매일 업무를 지시하는 것도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유로운 직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유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따라온다.
일이 몰릴 때는 하루 대부분을 작업에 사용하지만, 반대로 몇 주 동안 새로운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다. 매달 일정한 날짜에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과 달리 수입의 편차도 크다.
세힘씨는 “어떤 달은 회사원보다 많이 벌기도 하지만, 어떤 달은 생활비를 걱정할 정도로 일이 줄어들기도 한다”며 “프리랜서는 결국 다음 일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직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왜일까.
세힘씨에게 가장 먼저 물었다.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면 정말 행복한가.
“행복한 순간은 분명히 있어요. 제가 만든 음악이나 영상이 세상에 공개되고, 누군가 그걸 보고 좋았다고 말해줄 때는 정말 뿌듯하죠.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이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졌을 때 오는 만족감도 커요. 그런데 그게 직업이 되는 순간부터는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할 수는 없어요.”
그는 창작자에게도 결국 ‘일’이라는 현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과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물이 다를 때도 있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빠른 납기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 작품의 완성도와 현실적인 예산 사이에서 타협해야 할 순간도 생긴다.
- 좋아하는 일이 의무가 되는 순간도 있나.
“많죠. 음악이 듣기 싫은 날에도 음악을 들어야 하고, 아무것도 만들고 싶지 않은 날에도 마감이 있으면 작업해야 해요. 예전에는 창작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일이었다면 지금은 창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드는 순간, 취미와 노동의 경계는 흐려진다.
세힘씨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일을 멈추는 것’을 꼽았다.
프리랜서는 출근도 없지만 퇴근도 없다. 작업실에서 일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도 새로운 의뢰에 대한 연락을 확인하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SNS를 통한 홍보 역시 업무의 일부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릴 것 같은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 쉬는 동안에도 불안한가.
“쉬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새로운 작업을 올리고 있는 게 보여요. 그러면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리랜서는 누가 일을 주는 구조도 있지만 결국 자신을 계속 알리고 증명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쉬고 있어도 완전히 쉬는 느낌이 잘 안 들어요.”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유튜브와 SNS, 음원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공개할 수 있게 됐고, 개인 창작자가 직접 대중과 만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매일 수많은 음악과 영상, 이미지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경쟁이 됐다.
세힘씨는 “창작을 잘하는 능력과 자신을 알리는 능력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좋은 작업을 만드는 것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마케팅과 홍보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나.
“당연히 있어요. 주변 친구들이 취업해서 월급을 받고 저축하는 모습을 보면 흔들릴 때가 있죠. 저는 다음 달에 얼마를 벌지 정확히 모르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대가가 이런 건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나 세힘씨는 그럴 때마다 자신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다시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강요받아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촬영했을 때 느꼈던 즐거움이 있었고, 자신의 작품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도 제가 만든 걸 누군가 좋아해 주면 기분이 좋아요. 내가 생각한 것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힘든 일이 많지만 다른 일을 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 또 잘 모르겠어요. 결국 저는 아직 이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만 그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낭만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꿈을 따라가라는 말은 좋은 말이지만 현실적인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거든요. 결국 살아갈 수 있어야 계속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창작자에게 생계는 예술과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창작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일 수 있다.
세힘씨는 최근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보다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작 활동과 함께 강의나 외주 작업 등 다른 형태의 일을 병행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하나의 직업만으로 자신을 설명하기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노동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음악가가 강의를 하고, 영상 제작자가 디자인 업무를 병행하며, 작가가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꿈을 이루는 순간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버티기 어렵지만, 돈만으로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창작자의 삶이다.
세힘씨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성공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요. 엄청난 성공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너무 미워하지 않으면서 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면 정말 행복할까.
아마 정답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꿈을 이루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좋아했던 것을 잃어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열정만큼이나 현실을 견딜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꿈과 생계 사이에서 오늘도 작업을 이어가는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완성된 행복이 아니라, 매일 다시 선택해야 하는 삶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