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콘서트가 시작되면 수백 개의 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가수가 첫 소절을 부른다.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무대로 향한다.
하지만 객석 한가운데를 자세히 살펴보면 무대가 아닌 곳을 바라보며 수십 개의 페이더와 모니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공연장 음향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다.
가수가 마이크를 통해 낸 목소리와 기타, 드럼, 건반 등 각각의 악기 소리는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여러 신호가 음향 시스템을 거치고 각각의 크기와 음색, 공간감을 조정한 뒤 스피커를 통해 객석에 도착한다.
관객에게는 한 곡의 음악이지만 엔지니어에게는 동시에 관리해야 할 수십 개의 소리다.
제이앤엠뉴스는 라이브 공연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 음향 엔지니어에게 우리가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연의 뒷이야기를 물었다.
Q. 공연을 보러 가면 가수와 연주자에게 집중하게 된다. 음향 엔지니어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
“쉽게 이야기하면 무대에서 만들어진 소리를 관객이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입니다. 보컬 마이크부터 드럼, 기타, 베이스, 건반까지 들어오는 신호가 정말 많아요. 각각의 밸런스를 맞추고 공연장 환경에 맞게 조정해서 하나의 음악으로 만드는 거죠.”
그는 공연에서 ‘좋은 소리’란 단순히 모든 소리를 크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컬을 강조한다고 목소리만 지나치게 키우면 밴드의 에너지가 사라질 수 있고, 반대로 악기 소리가 너무 커지면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Q. 가수가 노래를 잘하면 음향도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것 아닌가.
“좋은 연주와 좋은 가창이 기본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무대에서 좋은 소리가 난다고 해서 객석에서도 그대로 좋은 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공연장마다 구조와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천장이 높거나 벽의 재질이 다르면 소리가 반사되는 방식도 달라진다. 관객이 없는 리허설 때와 수천 명이 객석을 채운 실제 공연에서도 소리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공연장에 들어가면 먼저 공간을 파악합니다. 같은 장비와 같은 밴드가 와도 공연장이 달라지면 세팅을 다시 해야 합니다.”
Q. 관객이 들어오면 실제로 소리가 많이 달라지나.
“꽤 달라집니다. 사람도 소리를 흡수하거든요. 빈 공연장에서 리허설했을 때와 관객이 가득 찼을 때의 느낌이 다릅니다. 그래서 공연이 시작된 뒤에도 계속 조정합니다.”
공연 중 엔지니어의 손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유다.
리허설에서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연이 시작된 순간부터 다시 한번 판단이 시작된다.
Q. 공연 도중 가수가 갑자기 마이크를 멀리하거나 관객에게 넘기기도 한다. 이런 행동도 변수인가.
“당연하죠. 라이브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계속 생깁니다.”
가수가 감정에 몰입해 평소보다 훨씬 큰 소리를 낼 수도 있고 갑자기 객석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연주자가 예상과 다른 강도로 악기를 연주하거나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엔지니어는 즉각 대응해야 한다.
“관객은 그냥 공연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순간적으로 굉장히 많은 판단을 합니다. 그런데 그걸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결하는 게 가장 좋죠.”
Q. 그렇다면 좋은 음향 엔지니어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잠시 고민한 그는 뜻밖의 답을 내놨다.
“관객이 음향 엔지니어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는 공연이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소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보컬이 들리지 않으면 관객은 음향을 의식한다. 마이크에서 갑작스러운 소음이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공연이 자연스럽게 들리면 관객은 음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가수의 노래에 집중하고 음악을 즐길 뿐이다.
“공연이 끝났는데 아무도 음향 이야기를 안 한다?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꽤 성공적인 공연일 수도 있습니다.”
Q. 반대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첫 곡 시작하기 직전이요.”
수없이 공연을 경험해도 첫 소리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순간만큼은 긴장된다고 했다.
“리허설을 아무리 많이 해도 라이브는 라이브예요. 실제 관객이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고 장비 문제도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첫 곡이 안정적으로 지나가면 그때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Q. 최근 공연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예전과 비교하면 엔지니어의 일이 쉬워졌나.
“장비는 정말 좋아졌습니다. 디지털 콘솔이나 네트워크 시스템 덕분에 예전에는 어렵던 작업을 훨씬 정교하게 할 수 있어요. 대신 관객의 기준도 높아졌습니다.”
음원 스트리밍과 고급 이어폰·헤드폰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이전보다 좋은 소리에 익숙하다.
대형 콘서트와 페스티벌을 경험하는 관객도 늘면서 라이브 공연의 음질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졌다.
“장비가 좋아졌다고 엔지니어가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서 판단해야 하는 것도 많아졌죠.”
Q. AI가 음악 제작에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라이브 음향에도 영향을 줄까.
“이미 자동으로 피드백을 잡거나 분석을 도와주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부분이 자동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라이브 공연에는 쉽게 계산하기 어려운 변수가 존재한다고 했다.
같은 가수라도 그날의 컨디션이 다르고, 관객의 반응과 공연장의 상태 역시 매번 달라진다.
“결국 현장에서 듣고 판단하는 사람이 필요한 영역은 꽤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Q. 공연을 보러 가는 관객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번쯤 공연장에서 무대 말고 객석 가운데를 봐주세요.”
그곳에는 콘솔 앞에서 공연 내내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관객이 환호할 때도 박수를 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다음 곡을 준비하고, 보컬과 악기의 밸런스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지 계속 귀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가수의 노래와 무대, 화려한 조명을 기억한다.
그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들었던 마지막 한 음이 객석까지 도착하기까지는 무대 위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음향 엔지니어 역시 그중 하나다.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공연 내내 수백 번의 판단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을수록 일이 잘된 사람.
공연장에서 우리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 어쩌면 객석 뒤편의 누군가는 이미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낸 것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