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앤엠뉴스 | “조선어독본이 없어져서 일본어로만 배웠다.”
책이나 기록물이 아닌 한 사람의 기억을 통해 일제강점기와 광복의 순간이 안방극장에 전해졌다.
1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서는 이장원·배다해 부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장원의 할아버지 이현섭 옹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1926년생으로 올해 100세인 이현섭 옹은 6·25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이날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직접 경험했던 일제강점기의 학교생활부터 강제징병, 1945년 광복 당시의 기억까지 들려줬다.
이현섭 옹은 1933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조선어독본이 사라지고 일본어로 교육받았다고 회상했다. 일제의 창씨개명 정책으로 성까지 바뀌었던 경험도 전했다.
이어 당시 조선 청년들을 전쟁에 동원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처음에는 지원병 제도가 시행됐지만 이후에는 징병제가 실시되면서 일정 연령에 이른 조선인 청년들이 강제로 군대에 동원됐다는 것이다.
한 개인의 어린 시절 기억이었지만 그 안에는 일제강점기 후반 조선인들이 경험해야 했던 언어와 이름의 변화, 전쟁 동원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함께 담겨 있었다.
“시내에 다 나와서 만세를 불렀다”
1945년 광복 당시의 기억도 생생했다.
이현섭 옹은 처음 접한 소식이 일본군의 항복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뭔가 달라지는구나 싶더라”고 표현했다.
오늘날 광복은 역사책 속 날짜와 사건으로 배우지만, 당시를 직접 살아낸 사람에게는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주변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달라졌던 실제 하루의 기억이다.
방송을 통해 전해진 이현섭 옹의 이야기가 관심을 끈 것도 이러한 이유다.
지난 방송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기억력이 생생한 ‘역사 이야기꾼’으로 이현섭 옹이 주목받았고, 그가 경험한 시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반응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옥도 감탄한 100세 할아버지와의 합가
이날 방송에는 배우 김영옥이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했다.
1937년생인 김영옥보다 이현섭 옹이 11살 연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출연진도 놀라움을 나타냈다.
김구라는 김영옥에게 이현섭 옹이 “선생님보다 오빠”라며 “선생님은 아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영옥은 이장원·배다해 부부가 100세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두고 “모셨다는 자체가 귀감이 되는 일”이라며 감탄했다.
이장원은 지난 방송 이후 달라진 할아버지의 일상도 전했다.
이현이가 할아버지도 방송을 봤는지 묻자 이장원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계속 돌려볼 정도로 방송을 즐겼다고 말했다.
평소 점잖은 성격이라 크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방송을 잘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동네 스타’가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100세에서 5살까지…한집에서 만난 네 세대의 시간
방송 후반에는 분위기가 한층 따뜻해졌다.
배다해의 5살 조카 로운 군이 집을 방문해 이현섭 옹에게 직접 쓴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를 받은 이현섭 옹은 고마움의 표시로 로운 군에게 5만원의 용돈을 건넸다.
100세 할아버지와 5살 아이가 마주 앉은 모습은 이날 방송이 보여준 세월의 폭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한쪽에서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의 기억이 전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 세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어린 세대가 편지를 건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구라와 김영옥 사이에서도 가족에 얽힌 유쾌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구라가 과거 김영옥이 자신의 딸 돌잔치 때 금 한 돈을 선물했다고 말하자 김영옥은 즉시 “한 돈? 두 돈”이라고 정정해 웃음을 안겼다.
김구라는 해당 금을 계속 보관하고 있으며 향후 딸의 등록금으로 사용할 생각이라고 밝히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동상이몽2’는 이장원·배다해 부부의 합가 생활을 보여주는 가족 예능이면서 동시에 한 가족 안에 축적된 100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다보는 장면을 만들었다.
역사는 기록으로 남지만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기억 역시 시간이 지나면 들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광복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현섭 옹이 자신의 언어로 들려준 기억은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넘어 또 다른 의미를 남겼다.
100세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1930년대와 1945년의 이야기를 5살 증손자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이어받는 것.
이날 방송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합가 일상’만이 아니라 한 가족 안에서 서로 다른 세대의 시간이 만나는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