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앤엠뉴스 | 매달 월급날이 되면 통장에는 분명 월급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돈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진다. 큰 지출을 한 것도 아닌데 카드 명세서를 살펴보면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음악 스트리밍, OTT, AI 서비스, 클라우드 저장공간, 쇼핑 멤버십, 배달 멤버십, 운동 앱, 전자책, 뉴스 구독까지. '한 달 몇 천 원'이라며 시작했던 구독들이 어느새 생활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이제 하나의 소비 방식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다. 과거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필요한 만큼 이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다. 소비자는 초기 비용 부담 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기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독경제는 분명 합리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문제는 '조금씩'이라는 착각이다. 5천 원, 9천 원, 1만 원. 개별 금액은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결제 버튼도 쉽게 누른다. 하지만 그런 서비스가 열 개, 스무 개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어느새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는 수십만 원이 되고, 정작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도 모른 채 자동결제는 계속된다. 더 큰 문제는 구독이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고 있다
제이앤엠뉴스 | 매일 아침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지하철을 탄다. 같은 골목을 걷고, 같은 편의점을 들른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모두가 휴대전화를 바라본다. 지하철에서는 옆 사람의 얼굴보다 작은 화면이 더 익숙하다. 카페에서는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연결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지만, 정작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시선과 관심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누군가의 잘못은 아니다.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낸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뉴스와 수천 개의 게시물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타인의 삶은 알고 있지만,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모르는 시대다. 무관심은 갑자기 생긴 감정이 아니다. 너무 많은 자극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생존 방식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 공감하고, 모든 사람을 신경 쓰며 살아가기에는 우리의 하루는 너무 빠르고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도 있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아이가 울면 누군가 먼저 다가갔다. 골목에서 넘어진 사람을 보면
제이앤엠뉴스 | 인터넷에서는 이름보다 아이디가 먼저 보인다. 누군가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의견을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단 한 줄의 댓글로 타인의 하루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쉽게 하지 못할 말을 온라인에서는 너무도 쉽게 내뱉는 모습을 우리는 이제 낯설지 않게 마주한다. 도대체 사람은 왜 익명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면 달라지는 걸까. 익명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내부 고발자는 익명성을 통해 부당함을 세상에 알릴 수 있고, 사회적 약자는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도 익명은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문제는 익명이 책임감까지 지워버릴 때 시작된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순간 사람은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남길지 쉽게 잊는다. 상대를 한 명의 사람이라기보다 화면 속 하나의 계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온라인 탈억제 효과(Online Disinhibition Effect)'라고 설명한다. 현실이라면 스스로 제어했을 감정과 표현이 온라인에서는 훨씬 쉽게 표출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인
제이앤엠뉴스 |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만 터치하면 음식이 도착하고, 원하는 물건은 다음 날이면 집 앞에 놓여 있다. 보고 싶은 영화는 스트리밍으로 바로 재생되고, 궁금한 것은 검색창에 몇 글자만 입력하면 수초 안에 답을 얻는다. 기술은 분명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은 어느새 우리에게 '기다리지 않는 습관'도 함께 남겼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이 빠르기를 원한다. 메시지를 보내면 즉시 답장이 오길 기대하고, 취업도, 승진도, 투자도, 인간관계도 가능한 한 빨리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기다리는 시간은 과정이 아니라 낭비처럼 여겨진다. 문제는 인생은 기술처럼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이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신뢰가 쌓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관계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느린 과정을 견디기보다 결과가 늦으면 실패라고 판단하고, 조금만 답답해도 방향을 바꾸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숏폼 콘텐츠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몇 초 안에 재미가 없으면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고, 자극적인 정보만 반복해서 소비하다 보니 긴 글을 읽거나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는 능력은 점
제이앤엠뉴스 | 누군가가 목표를 이루었다는 소식보다 실수를 했다는 뉴스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는 이야기보다 논란이나 사고가 훨씬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이슈나 SNS의 인기 게시물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왜 우리는 타인의 실패에 이토록 쉽게 시선을 빼앗기는 것일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기쁜 일보다 위험하거나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 왔다. 먼 과거에는 위험을 빨리 인식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능은 오늘날에도 남아 있어 좋은 소식보다 사고와 갈등, 실패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에 더 쉽게 관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생존 본능만으로는 지금의 현상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에는 또 다른 심리가 작용한다. 바로 비교다. 누군가의 성공은 때로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게 만들지만, 누군가의 실패는 상대적인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부른다. 타인의 불행이나 실패를 보며 무의식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물론 대부
제이앤엠뉴스 |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기업은 경험을 요구한다. 직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실제 업무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는지, 입사 후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요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교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이미 업무를 경험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경력직을 넘어 신입 채용에까지 당연한 조건처럼 자리 잡을 때 발생한다. 취업준비생은 첫 직장을 얻기 위해 경력이 필요하지만, 경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 인턴과 계약직, 프로젝트와 각종 실무 경험을 쌓으며 부족한 경력을 채우려 하지만 그 경험조차 또 다른 경험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이상한 질문이 남는다. “경력이 있어야 기회를 준다면, 첫 경력은 어디에서 쌓아야 하는가.” 청년에게 더 많은 준비를 요구하는 것은 쉬운 해결책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인턴을 경험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실무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에게 이미 완성된 노동자의 모습을 요구한다면 ‘신입’이라는 채용의 의미부터 다시 생각해볼
제이앤엠뉴스 | 조직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일이 몰린다. 맡은 일을 제시간에 끝내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누군가 놓친 부분까지 알아서 챙기는 사람에게 중요한 업무가 주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일을 잘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일이 주어지고, 책임감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몫까지 맡게 된다. 처음에는 그것이 신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상한 질문이 생긴다. 왜 열심히 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또 다른 일이어야 할까. 조직에는 종종 묘한 역설이 발생한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에게는 높은 기준이 적용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낮은 기준이 적용된다. 평소 일을 잘하던 사람이 한 번 실수하면 “왜 이번에는 제대로 하지 못했느냐”는 이야기를 듣지만, 늘 실수가 잦았던 사람이 무난하게 업무를 마치면 “이번에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기대의 차이가 평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누군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조직은 업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결국 누군가는 그 일을 대신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대부분 일을
제이앤엠뉴스 | 휴대전화에는 수백 명의 연락처가 있고, 메신저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메시지가 쌓인다. SNS를 열면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일상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람과 연결되기는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그런데 정작 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사람은 줄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A씨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경험했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별다른 약속 없이 만나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눴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인간관계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졌다고 한다. A씨에게 요즘의 인간관계와 ‘적당한 거리’에 대해 물었다. Q.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나요? “오히려 연락하는 사람의 숫자만 보면 늘어난 것 같아요. 회사 사람도 있고, 예전 친구들도 있고,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확실히 줄었어요. 연락하는 사람과 가까운 사람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걸 요즘 많이 느껴요.” Q.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큰 사건이 있었다기보다 조금씩 변한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각자 생활 패턴이 달라지잖아요. 결혼하는 친구도 있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제이앤엠뉴스 | 음악산업에서 ‘함께하자’는 말은 참 자주 등장한다.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말, 서로가 가진 강점을 합치자는 말,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하자는 말. 음악이라는 일이 본래 여러 사람의 능력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인 만큼 ‘협업’은 이 산업에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중요한 단어 중 하나다. 하지만 수많은 제작과 유통 현장을 경험하다 보면 가끔 이상한 협업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분명 상대방이 하나의 ‘기회’를 가지고 찾아온다. 좋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거나, 가능성이 있는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있다거나,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와 업계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제안처럼 보인다. 그런데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다 보면 이야기가 묘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완성된 프로젝트의 유통을 맡기겠다는 이야기였는데 어느 순간 제작비 이야기가 등장한다.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함께 부담해달라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상대방이 대부분의 자금을 부담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전제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투자에 따른 권리와 수익배분을 이야기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용
제이앤엠뉴스 |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실수했을 때는 당시의 상황과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 하고, 한 번의 잘못만으로 자신이라는 사람 전체가 평가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타인의 실수 앞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때가 많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한 사람의 실수가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의 평가 대상이 된다. 짧은 영상 하나, 몇 줄의 게시물, 캡처된 대화 한 장만으로 사건의 전후 맥락보다 잘못 자체가 먼저 소비된다. 누군가는 비판하고, 누군가는 조롱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다시 공유한다. 잘못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필요하다. 책임져야 할 행동까지 실수라는 이름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비판과 처벌을 넘어 한 사람의 실패를 구경거리로 소비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가 외줄 위에서 무사히 건너기를 응원하기보다 그가 발을 헛디디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실제로 넘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손을 내미는 대신 휴대폰을 꺼내 든다. 그 장면은 기록되고 공유되고 다시 평가된다. 문제는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이 점점 실패하지 않는 방법만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