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앤엠뉴스 | 현대사회는 여전히 다양한 빈곤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이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사례가 있다. 바로 결식대학생 문제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가난 때문에, 굶지 않기 위해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대학생 박 모(22, 남) 씨의 전언이다. 실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주로 지출하는 주거·교육·생활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는 사례가 잇따른다.
빈곤문제는 주로 극빈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치부되지만, 이는 경제성장의 문제가 아닌 자원이 골고루 순환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사라 골드릭-랍 템플 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경우 2년제 대학의 30%, 4년제 대학의 22%가 결식대학생에 해당된다.
아울러 대학 교육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는 반면 가구 소득과 재산은 하락세로 치닫는 추세다. 이런 굶주림 문제는 학업능력 자체를 훼손하는 동시에 성적과 졸업률과도 연관이 있다. 더불어 만성 피로나 주의력 산만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결식에 의한 영양결핍이 문제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 결식대학생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원인은 역시 교육비 상승과 함께 주거 빈곤의 비중증가로 인해 쉽게 돈을 아낄 수 있는 결식을 택하는 상황이다. 서울 대학가 방 평당 월세는 16만3000원으로 강남 타워팰리스 평당 월세 15만8000원보다 높다. 혼자 사는 1인 대학생의 경우 70%가 주거 빈곤층이다. 이런 계층은 자연스레 결식대학생 문제에 처하게 된다.
대학생 김 모(26, 남) 씨는 생활비 중 30% 이상이 주거비 지출이기에 편의점 김밥으로 저녁을 때운다. 이런 실정에서 한 달 평균 식대로 추산되는 63만2941원을 감당하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학생 조 모(24, 여) 씨는 스스로를 ‘아싸(아웃사이더)’로 규정하며 “단순히 혼자서만 지내는 걸 넘어 돈도 없고 남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는 나 같은 애들을 가리키는 자조적 용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주거비·교육비 상승에 의한 생활비 부담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며, 이는 결식대학생의 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골드릭 교수는 “많은 학생이 학업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빈곤을 탈출하지 못해 학업을 마치지 못한다는 것은 비극”이라며 “굶주리면서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대학생 빈곤문제는 주거·교육 문제와 결부돼 결식상황으로 번지는 상황.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방안은 시원찮다. 일각에서는 주로 지원·장학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결식대학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정부 부처·대학 차원에서의 문제의식 부족이 꼽힌다. 현재 어느 정도의 대학생들이 어떤 과정에서 빈곤에 의한 결식을 택했는지 자료·통계조사가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어 생활요소가 결여된 장학제도가 지적받는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은 학생들의 소득분위를 1~10분위로 환산해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은 대부분 대학의 다른 장학금과 이중수혜가 불가능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에 교육비 부담은 다소 덜어질 수 있지만, 여전히 생활비·식비 문제해결을 위한 장학제도는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셈이다.
안산 소재 A과 학생회장 박 모(26, 남) 씨는 “장학재단에서 등록금을 지원받는다는 이유로 100만 원가량의 봉사 장학금을 학교 측으로부터 받지 못했다”라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생회 활동을 하는데, 가난한 사람은 교내 활동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건가 싶다”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대학생 빈곤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단편적 지원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이를 충당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선택하는 ‘결식’은 학생들의 생활·학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잘못된 사회구조와 지원·장학제도의 문제점, 구체적인 수요조사의 필요성 등이 요구되지만 우선, 교육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결식대학생이 만연하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하는 점이 첫 번째 과제다.